"신형 BMW 500만원이라더니…" 중고차 '눈탱이' 사라질까 [현장+]

입력 2023-09-19 14:25   수정 2023-09-19 14:50


19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 B동 지하 4층. 깨끗하게 정비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캐스퍼, 스포티지 등 중고차 30여대가 줄지어 있었다.

이곳은 다음달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는 현대차·기아의 수도권 오프라인 거점이다. 현대차·기아가 오토허브에 거점을 마련한 것은 경부고속도로 신갈IC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규모 면에서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대 규모 중고차 매매단지라서다.

현장에서 만난 중고차 매매 입주사 직원은 "아무래도 같은 차종이라면 소비자들이 현대차·기아에서 직접 인증한 매물을 더 선호하지 않겠나"라면서도 "대기업 참여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월 오토허브에 약 1만㎡ 규모를 임대해 '인증중고차 상품화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 찾은 현장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사업 개시를 앞두고 마무리 인테리어 설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이곳에서 차량 진단·정비 센터를 갖추고 매집된 중고차의 정비와 내외관 개선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출고기간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 가운데 자체 테스트를 통과한 '인증 중고차'만 취급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사업 개시를 앞두고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의 차량을 우선 매입하기 시작했다.

판매는 우선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차량 구매를 진행하면 이곳에서 출하되는 구조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인증 중고차 출하와 관리, 고객 상담, 판매 등을 담당할 관련 인력을 채용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우선 올해 수도권의 오토허브와 경남지역의 양산센터 2개를 운영한 뒤 수원 등 전국 주요 지역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양산 상품화센터 역시 현재 마무리 공사 작업 중으로 다음달 중순 문을 연다.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여전히 허위매물, 불투명한 가격 책정 등이 성행하는 '레몬마켓(저급품 유통시장)'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거래량이 270만대로, 신차 거래량보다 100만대 이상 많다. 시장 규모도 2021년 기준 30조원에 달한다.

반면 소비자 피해 사례는 매년 수천건씩 나온다. 실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중고차 중개·매매 피해 상담 건수만 4663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봐도 2018년 9096건, 2019년 8174건, 2020년 6087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를 현장으로 유인한 후 다른 차량을 비싼 값에 강매하게 하는 경우다.

용인(기흥)=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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